서평(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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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니카 마론, <슬픈 짐승>
“내 연인이 곧게 편 등을 벽에 기대고 식육식물들에 둘러싸여 내 침대에 앉아 있던 그 저녁을 나는 그가 떠나간 이후로 꾸며대고 있다.(P16)” 이 책의 내용은 바로 저 구절의 반복에 지나지 않는다. 이 책은 보통의 소설이 갖고 있는 구성을 보이지 않는다. 즉 시간의 흐름이나 사건의 인과와 관계없이 주인공의 생각이 떠오르는 대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이러한 구성은 독자에게 당혹감을 안겨준다. 보통 소설에서 우리가 기대하는 방식은 주인공과 연관된 주변 인물들 간에 벌어지는 사건의 인과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 책은 주인공의 생각들이 논리적인 전개와 관계없이 마구 쓰여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2025.02.01 -
밀란 쿤데라,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밀란 쿤데라는 존재의 가벼움을 말하기 위해 파르메니데스의 사상을 끌어들인다. 삶은 반복되지 않는다. 오직 한번 뿐인 삶은 반성자체가 불가능하다. 반성은 어떤 삶이 더 나은 삶인지 아닌지에 대한 비교를 전제한다. 한번뿐인 삶은 살지않은 것과 같다고 했던가. 즉 비교할 수 없는 삶에 어떻게 가치부여, 의미부여를 할 수 있냐고 묻는다. 우리는 그저 살 뿐이다더 나은 삶은 애초에 없다. 소설엔 네명의 주인공이 등장한다. 토마시 테레자 사비나 프란츠토마시와 사비나는 무의미에 빠져 될대로 되라하며 사는 인간,사비나와 프란츠는 의미에 목마른 인간 ㅋ 어느 누구도 정답은 없다. 그냥 그렇다는 것그들의 황당한 죽음이 개인적으로 마음에 들었다. 작가가 정말 하고 싶은 말은 바로 그 지점아닐까. 우리는 생에 던져졌을 뿐이..
2025.02.01 -
윤대녕 외, <사랑풍경>
작가들이 펼쳐놓는 개인적인 은밀한 기억들사랑을 바라보는 시선이 참 다양하다. 김훈의 모든 닿을 수 없은 것들을 사랑이라고 한다. 이 글귀의 절절함에 이 책을 집어들었지만 막상 읽어보니 다 그런 글들만 있는 건 이니었다. 자식에 대한 사랑을 풀어놓은 작가도 있었고 결혼생활의 현실적인 경험이 사랑이라고, 그저 모든 내 삶이 사랑의 결과였다고 사랑을 광범위하게 말한 글도 있었다. 또 젊은 여성의 아름다움에 취해 섹스를 했던 경험들이 사랑이었다고 고백하는 사진작가도 있었고, 반면 지극히 영혼의 합일이 사랑이었다고 말하던 감성주의자도 있었다. 김용택 시인은 첫사랑의 아련한 추억을 따뜻한 글들로 엮었고 유용주도 시골구석에서 우연히 몸을 섞었던 기억을 글로 풀었다. 개인적으로 제일 맘에 들었던 글은 윤대녕의 였다...
2025.02.01 -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 <내 슬픈 창녀들의 추억>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의 마지막 소설 이 책은 두번 읽었다. 내용이 어렵지는 않았지만 처음 읽을 때 늙은 노인의 사랑이야기라는 주제가 흥미를 떨어뜨렸다.90살 노인의 사랑이야기라니,더군다나 90살 노인과 14살 여자아이의 사랑이라니. 아니 게다가 미성년자와 90살 노인의 매춘이 사랑이라고 말하다니.솔직히 역겨웠다고 말하는게 맞겠다. 왜 역겨웠을까. 아마도 90살 노인이 무슨 사랑이야 하는 마음이 컸을 게다. 사랑이야기라 하면 잘생긴 남자와 여자까지는 아니더라도 쭈글쭈글한 노인네의 이야긴 아니지 않다고 생각한거 아닐까. 노인이 갖추어야 할 건 불같은 사랑이 아니라 사랑에 초연한 모습이 맞다고 생각한게 아닐까 싶다. 처음 봤을 땐 그저 가르시아 마르케스의 소설이니까 억지로 끝까지 읽었다. 뭔가 더 있을거..
2025.02.01 -
밀란 쿤데라, <무의미의 축제>
p. 99 이 책 속엔 이런 구절이 나온다. 밀란쿤데라는 소설속에 등장하여 자기가 하고 싶은 말들을 한다. 반대로 소설속의 주인공들 역시 작가가 자신을 이런 캐릭터로 만들었다고 설명하기도 한다. 이런 특징은 밀란쿤데라의 글에서 종종 보인다. 이 구절 외에도 샤를이 읽은 책의 친구들에게 읽어주면서 주인님이 후르쇼프의 을 읽으라고 주었다고 하는 부분이 등장한다. 처음 읽었을 때는 주인님이 누군가 싶었다가 나중에서야 이해했다. 생각해보니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에서도 자신이 직접 등장하여 말을 하는 부분이 나온다. 밀란쿤데라의 소설은 인간의 조건에 대해서 말하고 있다. 삶은 우리가 선택하지 않은 조건들에 둘러쌓여있다. 우리의 탄생, 인종, 성별, 위치, 시대 모두 우리는 단지 세상에 던져져 있을 뿐이..
2025.02.01 -
오츠 슈이치,<죽을 때 후회하는 스물다섯가지>
도서관에서 급하게 고른 책. 뻔 하다. 이런 류의 책을 싫어하면서도 죽음이라는 단어가 포함되어 있어 읽게 되었다. 늘 죽음을 염두해 두고 사는 것도 힘들지만, 마치 내게 죽음이 일어나지 않을 것처럼 사는 것도 문제이지 않을까 싶다. 내가 삶의 어느 지점에 있는지 아무것도 모른 채 현실의 벽들에 둘러쌓여 바쁘게 사는 삶들. 우리들의 일상이 실제로 그렇다. 어느순간, 아. 삶이 이렇게 한순간에 흘러가다니. 내가 볼 땐 저 말처럼 슬픈 말은 없다고 생각한다. 이 책은 죽음을 앞둔 말기암 환자를 돌보는 의사가 그들을 보며 정리한 책이다. 목차만 훑어봐도 내용을 이해할만하다. 고마워하라. 진짜 하고 싶은일을 하라. 친절을 베풀어라. 여행을 떠나라. 당연한 내용들이라 눈에 확 들어오진 않지만 가장 진실에 가까운 ..
2025.02.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