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심한 날들(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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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부에 대한 단상
올해가 2016년이니 햇수로 결혼 5년차이긴 하나(벌써 그렇게 되었나. 헐) 결혼과 동시에 몇개월 안되어 임신을 하고 결혼 일년만에 아이가 태어나면서 친정에서 아이를 돌보았으니, 주부역할을 할 기회가 별로 없었다. 기회가 없기도 했고 너무 낯선 영역이라 겁이 나기도 하고 막막하단 생각도 많이 했던 것 같다. 엄마 역할도 벅찼기 때문에 요리나 집안일에 애쓸 여력도 없었다. 누구나 다 한다고 해서 쉬운 건 아니다. 모든 엄마들이 반찬을 만든다고 해서, 그 일이 누구나 다 할 수 있는 쉬.운.일.은 아니다. 늘 하는 생활이지만 주부역할은 그 범위가 광대하다. 손에 익으려면 꽤 오랜 시간이 걸릴 뿐더러 주부라는 그 단어가 내게 익숙하게 다가오기까지도 시간이 꽤 걸린다. 본격적으로 주부역할을 하게 된 건 휴직을 ..
2025.02.01 -
우리나라에 살기 어려운 이유
infp가 살기엔 어려운 나라 중의 하나가 대한민국이라고 생각한다. 나라마다 메인이 되는 성격유형이 있는 것 같은데, 단연코 우리나라는 내가 살기 어려운 나라임은 확실하다. 저녁 내내 아시아나 가족회원 신청하다가 도라버릴 뻔. 아이핀 인증 무한 루프에 빠진 건 아닌가 싶을 정도였다. 인증을 위한 인증, 1차 비밀번호부터 2차 비밀번호 설정, 계속 되는 안내 팝업창들. 도라버려.. 온갖 설명과 절차들을 보는 일이 피곤한 나는, 이런 단순하고 귀찮은 일들을 하다가 늘 현타가 오고야 만다. 이게 뭣인디. 뭣이 중헌디. 대체 왜 이렇게 나를 괴롭히는 거야. 사회 부적응자로 만드는 온갖 시스템에 화가 난다. 한국은 내가 살아가기 힘든 나라야. 십수년 전, 아니 20년 전이네. 인도로 처음 여행을 떠났다. 직..
2025.02.01 -
흔하디 흔한 갈등
병원에서 잠만 잤잖아.라고 남편이 말했다.그 말을 듣는 순간 그동안 마음졸였던 날들과 병원을 오가며 했던 수많은 생각들과 걱정들이 증발하고 말았다. 나는 쓸데없는 걱정들을 했다. 나는 쓸데없이 심각했고 쓸데없이 슬펐고 쓸데없이 온갖 잡동사니를 검색했다. 그 시간들은 이 땅에서 자리를 잡지 못했으므로 뚝 잘라져 묻어둘 수 밖에 없다.그랬다. 나는 요리하진 못했다. 나는 내 수준에서 내 일을 다 했지만 그에겐 그저 음식데우기에 지나지 않았다. 48시간동안 그는 나를 평가했다. 소파에 누워. 티비를 보며.네가 얼마나 나를 챙겨주는지 지켜볼게나는 눈코뜰새 없이 바빴고 그는 바쁜 나에게 자기가 불편하니 제발 쉬라고 말했다. 그와는 별개로 그는 내가 요리도 하고 다림질도 해야한다고 생각했다. 나는 그에게 나는 수..
2025.01.31 -
남편
언제부터인지 알 수 없지만 남편과 서먹서먹해지기 시작했다. 대하기 불편한 마음과는 상관없이 아무렇게나 내뱉는 말들은 친절하지 않다. 보통 불편하면 말을 가려서 하게 되는데, 나는 꼭 그렇지 않은가보다. 물론 남편 한정 적용이다. 일요일이었던 어제 저녁에 나름 고심하며 생각한 말을 무심하게 건넸다. 거실 컴퓨터에 늘어놓은 당신의 책들을 이제 좀 정리해달라는 한가지와 주말이 가기전에 분리수거를 꼭 해달라는 말. 혹시라도 남편의 짜증섞인 말이 돌아올까 걱정하며 분리수거함을 친절하게 꺼내 거실 한구석에 놓았다. 남편은 내 예상과 빗나가지 않게 말했다. 이따가 한다는 그 말을 반은 믿고 받은 믿지 않았다. 나는 내 방으로 들어와 누웠다. 그 어떤 방해도 받지 않고 혼자 있어야 쉬는 기분이 드는 나는 일요일 저..
2025.01.31 -
졸음이 쏟아진다.
아침 일찍 경복궁에 다녀왔다. 혼자 보내려고 했는데, 아이가 혼자 가야 하냐고 묻는 말에, 같이 가자고 했다. 날씨가 춥기도 했고, 아침식사도 제대로 못한 아이가 안쓰러웠다. 아이가 문화유산해설사 봉사를 하고 있다. 아이를 용성문에 데려다 주고 난 근처 사랑 카페에 갔다. 아침이라 사람이 많지 않아 조용히 앉아있다. 핸드폰 충전을 할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콘센트를 전부 막아놨다. 이렇게까지 할 일인가 싶다가도 오죽하면 이럴까 싶긴 하다. 밧데리도 없고, 날도 추워서 그런지 졸리기만 하다. 커피를 주문했어야 하는데, 핫초코를 시킨게 잘못이었을까. 불편한 자세로 엎드려 있다. 봉사를 마친 아이가 카페로 들어온다. 추웠다는 아이에게 핫초코를 하나 사서 역으로 들어온다. 자리가 없어 서 있다가 자리가 나서 ..
2025.01.31 -
일본어는 어려워
아이들을 보내고 오후 3시즈음부터 졸음이 쏟아진다. 유튜브로 일본어 명사 200개를 틀어놓고 엎드려 잔다. 날씨가 추워서 그런지 정신을 못차릴 정도로 졸리다. 자다가 일어나서 일본어 공부를 한다. 오늘은 구몬 일본어 수업이 있는 날이라, 일주일치 구몬 일본어를 복습했다. 한달 반 정도 수업을 했는데, 아이들처럼 복습을 하고 있진 않아서 생각보다 진도가 빠르다. 한 단계별로 10주 정도면 끝나던데, 이 상태로 일년만 해도 꽤 높은 단계에 오를 수 있을 것 같기도 하다. 우리학교는 고등학교때 제2외국어로 두 언어를 선택했다. 난 독일어와 일본어를 배웠는데, 독일어는 좋아했지만 일본어 공부는 하고싶지 않았다. 결국 가타카나를 배울 즈음부터 포기했으니 거의 일본어를 시작할 즈음부터 안한 셈이다. 3년 내내 일..
2025.01.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