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
2025. 1. 31. 16:20ㆍ무심한 날들
언제부터인지 알 수 없지만 남편과 서먹서먹해지기 시작했다. 대하기 불편한 마음과는 상관없이 아무렇게나 내뱉는 말들은 친절하지 않다. 보통 불편하면 말을 가려서 하게 되는데, 나는 꼭 그렇지 않은가보다. 물론 남편 한정 적용이다.
일요일이었던 어제 저녁에 나름 고심하며 생각한 말을 무심하게 건넸다. 거실 컴퓨터에 늘어놓은 당신의 책들을 이제 좀 정리해달라는 한가지와 주말이 가기전에 분리수거를 꼭 해달라는 말. 혹시라도 남편의 짜증섞인 말이 돌아올까 걱정하며 분리수거함을 친절하게 꺼내 거실 한구석에 놓았다. 남편은 내 예상과 빗나가지 않게 말했다. <이따가 꼭 할 게>
이따가 한다는 그 말을 반은 믿고 받은 믿지 않았다. 나는 내 방으로 들어와 누웠다. 그 어떤 방해도 받지 않고 혼자 있어야 쉬는 기분이 드는 나는 일요일 저녁엔 혼자 있고 싶다. 남편과 가깝지 않다는 이 마음이 한켠에 늘 불편하게 자리하고 있지만, 굳이 내가 먼저 다가가고 싶은 마음이 들진 않는다. 그 마음보다 혼자 있고 싶다는 마음이 더 크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다고 이렇게 계속 지내는게 맞는지는 모르겠다. 아마 아닐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