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단일기(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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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학년 아이들이 배워야 하는 것
초등 저학년 시기는 아이의 자율성을 기르는 데 매우 중요한 시기입니다. 아이의 자율성을 키우는 데 도움이 되는 몇 가지 방법을 안내드립니다. 1. 스스로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을 주세요 학교에서 아이들이 가장 많이 하는 질문 중에 "저 다 했어요. 이젠 뭐해요? " 입니다. 스스로 할 일을 생각할 기회가 적은 아이들은 학교에서 학원에서 하라는 것을 기계적으로 합니다. 본인이 직접 생각해서 할 때에 자기주도성을 얻을 수 있습니다. 아이가 해야 할 일이 있을 때, 부모님이 즉각적으로 해결해 주거나 지시하기보다는 스스로 생각할 시간을 주세요. 예를 들어, 아이가 내일 제출해야 할 숙제를 하지 않고 있을 때, "숙제 해"라고 말하기보다는 "지금 무엇을 해야 할까?"라는 질문을 던져 스스로 답을 찾을 수 있도록 ..
2025.02.01 -
교실_악의없이 상처를 주고받는 곳
2시 10분, 하교를 알리는 종이 울린다. 아이들이 분주히 가방을 정리하는 모습을 가만히 지켜본다. 몇 마디 아이들의 말소리가 내 귀에 박힌다. 아이들은 가끔 상처가 될 수 있는 말을 거침없이 순수하게 내뱉는다. 배려없는 저 대화들에 악의가 있나 없나를 잠시 고민한다. 악의가 있건 없건 나의 사소한 말이 상처가 될 수 있음을 배워야 한다. 아이들을 그냥 보낼 것인가. 아니면 남겨서 말을 할 것인가 잠시 고민하다가 모두 앉으라고 한다. 이유를 알 수 없는 아이들은 하던 정리를 멈추고 그대로 조용히 자리에 앉는다. 하교 시간을 훌쩍 넘겨 시간은 25분을 향해간다. 내 말은 조언이 되었거나 잔소리가 되었거나 둘 중 하나다. 집으로 가라는 말에 몇몇 아이들의 목소리가 들린다. 상처를 줘서 미안하다는 말을 하..
2025.02.01 -
공교육 멈춤의 날
글을 써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의 시간만 계속 흐른다. 그래도 학생들을 지도하는 담임으로서, 두 아이의 학부모로서 어떤 형식으로든 한번은 생각을 전달하는 것이 맞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언제부터인가 선생님들끼리 모이면 학생 지도의 어려움을 토로하는 자조적인 이야기를 하게 된다. 교사로서 바르지 않은 행동에 대해 어느 수준에서 어디까지 해야 하는 것인지 확신할 수 없어, 그냥 지나치는 경우도 많았다. 학교에선 세상 친절한 사람처럼 문제행동을 보이는 아이를 가볍게 지도하고, 정작 집에 와서는 내 아이의 문제행동을 쉽게 지나치지 못했다. 아이의 잘못을 눈감고 지나간 내 모습에 화가 나서 더 심하게 혼을 내기도 했다. 일관적이지 않은 내 모습은 언제부터 시작되었을까. 학교는 즐거운 곳이어야 하고, 아이..
2025.02.01 -
교육과정 협의회
오늘 교육과정협의회를 한다는 걸 잊고 조퇴신청을 했다. 점심시간에서야 알았다. 뻔한 이야기가 오가는 협의회는 대체 왜하는지. 아무 생각없이 협의내용이 반영될 줄 알고 한참 이야기를 한 적도 있다. 결국 나만 욕먹고 바뀌는 건 하나도 없다는 걸 알고 나선 말없이 앉아있다. 게다가 수요일에 협의회를 하는 건 누구의 생각인 걸까? 조퇴를 했다. 집에가도 할 일이 많다. 아이방은 발디딜 틈이 없다. 치워줄까 말까 하다 오늘은 치워준다. 아이가 이틀에 한번꼴로 청소를 하는데, 왜 날마다 지저분한지 이해가 안된다. 오늘 청소를 하며 알게 되었다. 이 아이는 맥시멀리스트다. 병뚜껑도 있고, 다 쓴 샤프심통도 다 모아놨다. 다 쓴 핫팩도 다섯개는 넘게 굴러다닌다. 청소를 다 하고 나니 조명 기사님이 오셨다. 거실 ..
2025.01.31 -
6학년 졸업식
12월이 되면 조금 슬퍼진다. 정들었던 아이들과 헤어질 생각을 하면 마음에 휑한 바람이 분다. 동학년 선생님들은 농담인지 아닌지 아이들이 점점 미쳐간다며 졸업만 기다린다는 말을 하신다. 실제로 아이들은 말년 병장처럼 흐트러진다. 한편으로는 그 말이 너무 이해되어 공감이 되고, 다른 한편으로는 정이 떨어진다는 그 말이 진심일까 싶다. 그런 말을 들으면 맞장구를 칠 수도 내 생각을 말할 수도 없어 한숨을 한 번 내쉬고 만다. 졸업할 때 눈물 한방울 안날 것 같다는 말에, 나는 졸업식 노래만 들으면 자동반사처럼 눈물이 난다고 말한다. 아이들 때문이 아니라, 노래가 슬퍼서 그런 것 같다고 한다.
2025.01.31 -
6학년 담임의 딜레마
반 아이들이 종종 학원 문제집을 갖고 온다. 학원 숙제할 시간이 없다는 걸 알기 때문에, 아침자습시간이나 쉬는시간, 가끔 본인 활동 후 남는 시간에 문제집을 풀 수 있게 한다. 이를 악용하여 수업중에도 펴 놓는 경우가 종종 있긴 하지만, 대부분은 쉬는 시간과 같은 허락된 시간에만 문제집을 꺼내놓고 푼다. 보통 중학교 수학 문제집을 많이 푸는데, 가끔 내게 물어볼 때가 있다. 간단한 건 풀 수 있지만 중학교 2-3학년 심화문제는 나도 어렵다. 특히 도형의 닮음 문제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 차라리 함수나 방정식이면 어떻게든 풀겠는데, 도형은 유독 어렵다. 풀면서 빈정이 상한다. 처음엔 중학교 문제도 못푸는 게 부끄러웠고, 나중에는 왠지 분한 마음에 들기도 했다. 아이들이 라고 농담하듯 말하면 라고 받아친..
2025.01.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