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1. 31. 16:14ㆍ교단일기
반 아이들이 종종 학원 문제집을 갖고 온다. 학원 숙제할 시간이 없다는 걸 알기 때문에, 아침자습시간이나 쉬는시간, 가끔 본인 활동 후 남는 시간에 문제집을 풀 수 있게 한다. 이를 악용하여 수업중에도 펴 놓는 경우가 종종 있긴 하지만, 대부분은 쉬는 시간과 같은 허락된 시간에만 문제집을 꺼내놓고 푼다.
보통 중학교 수학 문제집을 많이 푸는데, 가끔 내게 물어볼 때가 있다. 간단한 건 풀 수 있지만 중학교 2-3학년 심화문제는 나도 어렵다. 특히 도형의 닮음 문제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 차라리 함수나 방정식이면 어떻게든 풀겠는데, 도형은 유독 어렵다. 풀면서 빈정이 상한다. 처음엔 중학교 문제도 못푸는 게 부끄러웠고, 나중에는 왠지 분한 마음에 들기도 했다. 아이들이 <선생님인데 설마 못푸시는건 아니죠> 라고 농담하듯 말하면 < 30년전엔 잘 풀었어!>라고 받아친다. 몇 명은 <야, 선생님 수능도 보신 분이야> 라고 농담하는 아이를 나무란다. 나는 계속 풀다가 안되면 우리반 제일 똑똑한 친구에게 가르쳐 달라고 하기도 한다. 다행히 우리반 모범생 친구는 똑똑한 대다가 겸손하고 예의도 바른 아이라, 내게 가르쳐 주면서도 의기양양하거나 거만을 떠는 법이 없다. 나도 아이들에게 공식적으로 말하기도 한다. < 선생님보다 00이가 잘하니까 그 친구에게 물어봐> 내가 지금 중등수학을 어려워하는 게 당연하다고 받아들이니 자존심이 덜 상한다. 30년 전의 나는 지금의 내가 아니다. 그렇지만 안풀리는 문제가 짜증이 나긴 한다.
아이 문제집을 사면서 내가 풀 중등 수학 문제집을 샀다. 개념을 보니 기억이 새록새록 난다. 그래도 완전히 잊지는 않았는지 풀리는 문제도 많다. 언제까지 갈지는 모르겠지만 요새는 이상하게 공부가 재미있다. 우리집 아이가 중학생이 되면 중학교 문제 정도는 가르쳐줄 수 있음 좋겠다. 더불어 우리반 아이들이 중학교 문제집을 갖고 와도 걱정하지 않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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