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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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 <채식주의자>
이 책은 채식주의자, 몽고반점, 나무불꽃이라는 세 편의 중편소설을 합친 연작소설이다. 작가에 따르면 채식주의자는 라는 단편소설의 주인공을 모티브로 삼았다고 한다. 그 단편이 한 여자가 식물이 된 이야기라면 이 소설은 작중 주인공인 영혜가 나무가 된 이야기이다. 작가는 세편의 소설이 쓰여진 시점이 다 다르고, 각 편마다 다른 이야기를 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함께 모으면 전혀 다른 이야기가 된다고 말하고 있다. 이런 구성은 보통의 소설에서는 찾기 힘든 방식이라 자연스러운 연결이 가능할지에 대한 의구심이 들 수 있다. 구성의 특이함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가독성이 매우 좋은 편이다. 세 편 모두 같은 상황을 다른 시점에서 묘사하고 있어 독자는 이미 읽어봤던 내용을 다른 관점에서 바라볼 수 있게 된다. 즉 세편의 ..
2025.02.01 -
도리스 레싱, <다섯째 아이>
흔하디 흔한 성격을 가진 두 남녀가 만나 결혼을 하고, 그 시대가 요구하는 가치에 순응하며 살며 누구나 꿈꿀만한 소박한 행복을 꿈꿨는데, 그들은 불행해지고 말았다.우연일까. 필연일까.커다란 식탁에 다같이 둘러앉아 저녁식사를 하는 풍경은 내가 직접 겪지 않았음에도 어디선가 본 장면처럼 선명히 떠오른다. 그런 장면은 누군가의 희생없이는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결혼 전에는 알지 못했다. 아마도 이 책의 주인공인 데이비드와 헤리엇도 마찬가지인 듯 싶다. 그들은 겪어보지도 않은 채 그저 대저택에서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는 그런 풍경을 기대했는지도 모른다. 그래서 덜렁 대저택을 구입하고, 계획없이 아기들을 제조한다. 하지만 그게 그렇게 큰 흠은 아니었다. 데이비드에겐 부자아빠가 있었고, 해리엇에겐 육아를 책임질..
2025.02.01 -
한강, <소년이 온다>
이 책은 1980년 5월 광주에서 벌어진 사건을 다루고 있다. 책 제목에서 드러나듯, 소년이 주인공이긴 하나 소년의 시점은 나오지 않는다. 모두 주변 인물들의 시점으로 6개의 장이 이루어져 있다. 한강 작가의 또다른 책인 도 마찬가지 구성인 것을 보면, 작가는 다른 사람의 시점으로 주인공의 특징을 독자 스스로 상상하기를 꽤 좋아하는 것만 같다. 작가는 에필로그에서 책의 주인공인 동호가 실존인물을 토대로 했음을 밝히고 있다. 작가는 아홉살까지 광주에서 살았고, 그들이 살던 그 집에 새로 이사온 사람의 아들이 죽었다는 소식을 듣는다. 이 책은 그 아들(동호)의 이야기를 모티브로 하고 있다. 첫장의 화자는 '너'(동호) 이어서 나(동호의 친구 정대), 세번째 장인 일곱개의 뺨은 은숙, 네번째는 초등교사가 꿈..
2025.02.01 -
수 클리볼드, <나는 가해자의 엄마입니다>
지난달 지역 독서모임 회원들과 어떤 책을 같이 읽으면 좋을지 이야기를 나누다가 이 책 이야기를 했다. 제목만 봤을 뿐인데, 이 책을 읽으면 미쳐 알지 못하는 깨달음이나 울림이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이런 책은 좋아서 읽기 보다는 필요에 의해 읽게 되는데, 이 책도 그런 의미에서 읽어볼 만하다 싶었다. 마침 도서관에도 있어 빌릴 수 있었다.이 책의 저자인 수 클리볼드는 1999년 5월에 있었던 콜럼바인 고등학교 총기난사 사건의 가해자 중 한 사람의 엄마이다. 이 책은 그녀가 이 사건을 겪으며 쓴 책이다. 읽는 내내 가슴이 몇번이나 눈이 붉어졌다. 이 책은 꽤 두꺼운 편에 속한다. 그럼에도 잘 읽혔다. 이 세상 모든 사람이 비난할 그런 살인자를 여전히 사랑하는 엄마의 마음이 이 한권을 관통한다."..
2025.02.01 -
위화, <제7일>
제목이 특이한데도, 입에 잘 붙어서 잊히지 않았던 위화작가의 . 피를 팔며 가족의 생계를 꾸려가는 주인공의 삶을 다룬 책이다. 익히 들어왔던 그 책이 영화로 나왔고 우연치 않게 티비를 통해 보게되었다. 하정우가 감독 주연한, 페이소스가 짙은 영화였다. 작가의 책을 읽어보고싶었는데 마침 학교에 있어서 빌려서 보았다.주인공은 철길에서 태어났다. 임신 9개월의 생모는 기차를 타고 가던 중, 배가 아파 변소에 들러 볼일을 본다. 힘을 주는 순간 뱃속에 있던 태아가 변기구멍으로 떨어지고 만다. 아기는 탯줄이 잘리며 철로 사이로 떨어진다. 다행히 선로를 전환하던 전환공이 아기를 발견하여 키운다. 결혼도 안한 21살의 그는 누군가 철길 사이에 아기를 버렸다고 생각하고, 그 아기를 돌보아 키운다. 선량하고 성실하게 자..
2025.02.01 -
장강명, <한국이 싫어서>
제목이 끌렸다. 이유는 나도 한국이 싫기 때문이다. 주인공은 한국이 싫어서 호주로 떠난다. 나와 친한 고등학교 동창들 중에도 호주 시민권을 얻으려고 워홀로 있다가 준비한 경우조 있었음으로 나는 그 마음이 쉽게 이해되었다. 방학을 맞아, 친구가살던 퍼스에서 한달을 얹혀 살던 나는 책을 읽으며 당시 그녀의 삶이 떠오르기도 했다나는 누구보다 안정적인 국가직공무원이기도 하고, 남편도 소위 잘난 삼성을 다녔으므로, 나는 한국이 싫다고 해서 여기 주인공 계나처럼 훌쩍 떠날 수는 없을 것 같다. 나는 그정도의 안정감으로도 충분히 불평하며 현실에 안주하며 살 수도 있는 인간이라는 점이다.하지만 주인공과 나의 스탠스가 기본적으로는 다르다 하더라도 기본적인 생각 자체는 비슷한 면이 참 많다는 생각을 했으니, 만약 내가 교..
2025.02.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