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인 관찰기_그는 나의 말을 기억하는 사람이다.
2025. 1. 31. 17:21ㆍ에세이
# 3. 그는 나의 말을 기억하는 사람이다
“젓갈정식 먹고싶다.”
전라도 여행을 가게 되자, 문득 젓갈정식이 떠올랐다. 그는 힘주지 않은 내 말을 무심히 지나쳤고, 흩어지고 사라지는 내 말들이 익숙했다.
3박 4일의 여행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차안, 그는 여행 계획에 없던 장소를 네비게이션에 입력한다.
“곰소항 갈거야, 젓갈정식 먹을거니까 어디가 괜찮은지 찾아봐. “
그는 나의 흩어진 말들을 깊숙히 접어두었다가 한개씩 꺼낸다. 흔적없이 사라지는 내 말에 힘을 실어준다. 그는 가벼운 내 말을 가볍게 대하지 않는 몇 안되는 사람이다.
“젓갈정식 먹었으니 소원 성취했네.”
식사를 다 하고 나자, 그는 젓갈정식이 내 평생의 소원인 것처럼 말한다. ‘소원성취’라는 말에 어이가 없어서 웃음이 나온다. 나를 가볍게 해주는 그 단어가 좋다.
그는 내가 사소하게 말한 것들을 기억속에 넣어놨다가 언제라도 잊지 않고 해준다. 일체 멋을 부리거나, 힘을 주는 법이 없다. 금강경의 <응무소주이생기심> 이란 글귀를 떠올리게 하는 사람. 어디에도 걸리지 않고 있는 그대로 담백하게 마음을 내는 모습이 가끔 멋지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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