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것에 대하여_나는 혼자하는 여행을 좋아한다.

2025. 1. 31. 17:22에세이

# 4. 나는 혼자하는 여행을 좋아한다

 

차가운 바람이 불면 마음에도 구멍이 있는지 휑한 바람이 나를 뚫고 지나간다. 마치 텅빈 곳을 통과한 듯 텅텅 소리가 났다. 후끈하고 습한 공기가 가득한 날엔 마른풀들이 서걱거리는, 돌 가루가 흩날리는 티벳의 고원이 늘 그리워진다. 그런 계절이 오면 수평선이나 지평선이 보이는 길 위에 있고 싶었다. 돌 가루가 타이어에 긁히는 소리만 들리는 곳. 비 포장 도로는 끝이 없이 펼쳐지고 저 멀리 만년설이 보인다. 인적 없는 돌산에 드문드문 야크가 떼지어 올라가는 모습이 보이기도 했다. 점점이 멀어지는 야크를 몰고 가는 저 어린 아이는 하루 종일 무슨 생각을 할까.

 

버스 한대정도 간신히 지날 수 있는 구불구불한 산길, 돌무더기가 쏟아져 길을 막는다 해도, 버스가 절벽으로 굴러 떨어진다해도 누구의 잘못도 아닐 것 같은 곳에서 이방인으로 있던 시간. 거대하게 버티고 있는 자연 앞에서 나의 헛헛하고 쓸쓸한 마음은 아무것도 아니었다. 그런 길을 따라 도착한 곳은 사방이 만년설로 뒤덮힌 곳, 밤하늘엔 은하수가 보이고, 별똥별이 무수히 떨어지는 곳이었다. 숙소 지붕에서 침낭을 깔고 누우면 수천년전 별을 관찰하며 이야기를 만들던 사람들과 내가 같은 시공간에 있는 것만 같았다.


제 집을 이고 지고 다니는, 소라게의 삶이 가볍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어디에도 정착하지 않은 채 소리없이 걷지만, 제 무게를 감당하는 삶은 늘 숭고하다. 소라게처럼 배낭을 메고 길 위에 있는 나를 좋아했다. 외로우면서도 외롭지 않았고, 늘 공기처럼 가볍게 걸었지만 한없이 진지했던 날들. 길과 길 사이, 사람과 사람사이의 틈에서 숨 쉴 수 있던 날들. 가끔은 그때의 내가 그립다. 여전히 한 곳에 머물기 보다는 흐르기를, 채우기 보다는 비우기를, 정착하기 보다는 떠돌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