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1. 31. 17:28ㆍ에세이
8. #내향형 인간의 아침
월요일 아침, 주말 동안 가면을 벗은 채 힘주지 않고 살던 나는 아직 기운을 차리지 못했다. 직장인의 가면을 써야 하는 시간이 어김없이 찾아왔다. 직장인 모드 스위치를 켜야 하는데, 아직 내 몸은 슬립 모드.
조금 더 일찍 출근을 해야 했다. 주말 동안 낯선 공기로 채워진 이 사무실은 어딘가 어색하다. 마음을 가다듬고, 내 자리 주변이 조금씩 눈에 익고 익숙해지기까지는 늘 시간이 걸린다. 간신히 지각만 면한 채, 자리에 앉은 내 마음은 거칠고 분주하다.
커피머신에 캡슐을 넣고 커피가 추출되기를 기다린다. 그 시간은 길면서도 짧다. 조륵조륵 커피가 추출되는 동안 냉장고에서 우유 한 팩을 꺼낸다. 오래된 캡슐은 아닌데, 커피머신의 문제인지 캡슐의 문제인지 크레마가 별로 없다. 크레마만 홀짝 마시고 우유를 붓는다.
조용한 복도를 따라 또각또각 발소리가 울리고, 스륵스륵 경쾌하게 내딛는 슬리퍼 소리가 들려온다. 서둘러 마스크를 쓰고 미간의 긴장을 풀어본다. 눈꼬리에도 힘을 풀고 가지런히 내려놓는다. 오늘은 어떤 인사말을 건넬까 고민할 새도 없이 문이 벌컥 열리며 내 마음으로 훅 들어온다.
“주말 잘 보내셨어요? 저도 얼른 라떼 만들어서 가려고요.” 웃으며 밝게 인사하는 그에게 나도 컵을 들고 인사한다. “네, 저도 이 커피 마시려고 회사 오잖아요. 얼음 있으니까 아이스로 드세요.”
머그잔을 손에 들고 자리를 비켜 준다. 얼음을 넣고 싶었지만 분주한 아침이 시작된다는 듯 “오늘도 수고하세요.”라는 인사를 건네고 서둘러 내 자리에 앉는다. 그 짧은 대화 덕분에 직장인 모드로 바뀐 나는, 커피를 마시며 오늘을 준비한다.
'에세이' 카테고리의 다른 글
공간_시흥 하늘 휴게소 (2) | 2025.01.31 |
---|---|
길에서의 단상_신문지 꽃다발 (1) | 2025.01.31 |
플레이리스트_드라이브 (2) | 2025.01.31 |
관계속의 나_파라솔과 바다 (0) | 2025.01.31 |
학창시절_나는 세상을 몰랐다. (0) | 2025.01.3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