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필립로스, <에브리맨>

수냐탈라야 2025. 2. 1. 00:37

나는 보통 죽음에 대한 생각을 많이 하는 편이다. 사실 매일 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 독서모임을 통해 모든 사람이 나와 같지는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죽음을 생각하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는 건 아니다.  필연적으로 죽음으로 향해가는 삶이 내겐 참 무서웠다. 결국 무로 돌아갈 나를 생각하면 불안해지곤 했다. 삶의 의미를 찾는 순간 의미를 놓아버려야 하는 아이러니같은 삶.

이 책은 에브리맨이 겪어야 하는 노년의 아픈 삶을 담담히, 때로는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노년은 전투가 아니다. 노년은 대학살이다.'

주인공의 이름은 끝까지 나오지 않는다. 주인공을 '그'라고 표현하므로서, 주인공은 어떤 특정한 인물이 아닌, 우리 모두가 된다. 젊은 시절 꽤 잘 나가는 광고연출가인 그는 불륜을 저지르기도 하고 여러번 결혼과 이혼을 한다. 작가는 그가 방탕한 삶을 살았으므로 괴로운 노년을 맞이하는게 당연하다는 말을 하는 건 아는 것 같지는 않다.  생노병사의  흐름은 누구도 피할 수 없는 현실을 보여준다.

개인적으로 저장하고 싶은 대목은 다음이다.

"모든 사람에게 그렇듯이 자신에게도 삶이 우연히, 예기치 않게 주어졌으며, 그것도 한 번만 주어졌으며, 거기에는 알려진 또는 알 수 있는 이유가 없다는 사실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었다."

삶은 이렇게 갑작스럽게 주어진 선물이다. 그 안에서 수많은 욕망을 추구하며 살아가지만 그 안에 매몰되지 않으려면 나의 유한한 삶은 우주의 거대한 흐름에 한 점과도 같다는 것. 그리하여 그 삶이 사소해지는 것이 아니라, 그 점의 존재로 인해 이 거대한 우주가 존재한다는 걸 잊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