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인 관찰기_그는 자신이 농부라고 생각했다.
# 1. 그는 자신이 농부라고 생각했다.
그는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가장 먼저 밖을 내다본다. 하늘을 올려다보며 구름의 모양과 색을 빠른 속도로 훑었다. 온 피부로 공기중 수분의 양을 체크했다.
‘비가 올 것 같지는 않아’
그는 염전에서 일 하는 노동자이다. 사람들은 그를 노동자라 불렀지만, 그는 자신을 자연과 함께 일 하는 농부라 생각했다. 소금을 얻기에는 최고의 날인 동시에 그에겐 가장 일 하기 힘든 날. 불행인지 다행인지 오늘은 염전체험에 온 손님들을 가이드 하는 날이다.
어느 날인가, 아침 일찍 집 밖을 나서는데 우편함에 무언가 들어있었다. 안내문에는 <염전체험프로그램> 에 대한 간단한 설명이 있었고 절취선 아래 가이드 지원신청서가 조그맣게 붙어있었다. 안내문이 온 날은 유독 바람 한 점 불지 않았다. 온몸이 땀에 젖으면, 땀인지 소금인지 모를 짠내가 훅 올라왔다. 그는 집에 오자마자 가이드 신청서를 작성했다. 10명 이내의 농부가 지원했고 지원한 사람 모두 특별한 사전 교육없이 바로 투입되었다. 그렇게 그는 일주일에 한번 혹은 열흘에 한번 노동자에서 가이드가 되었다.
바닷물에서 소금이 만들어지는 과정, 소금을 모으고 나르는 과정, 창고에 보관하는 것까지 설명을 하는 동안, 사람들은 눈을 반짝거리며 집중했다. 설명이 끝나면 무릎까지 오는 긴 장화를 신고 염전에 들어가 기다란 대파(밀대)로 소금을 한 곳에 모으며 즐거워했다. 그에겐 일터일 뿐인 염전이 외지인에게 특별한 경험이라는 생각이 들자, 자신이 하는 일이 더 자랑스럽게 느껴지기도 했다.
그렇게 수년이 흐르자, 사람들의 체험목적이 모두 다르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연인들은 실질적인 경험보다는 쓸 만한 사진을 건질 수 있기를 바랬다.
“핸드폰 줘봐요. 사진은 제가 알아서 많이 찍을 테니까 그 중에서 좋은 것만 골라요. 아, 바람이 안불면 이 물이 거울처럼 반사되어 멋진 작품이 나올 텐데, 오늘은 바람이 좀 부네.”
가족단위의 손님들은 아이의 체험을 위해 온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교과서로 배운 내용을 온몸으로 체득하기를 바랬다.
“서울에서 오셨다고 하니 설명해 드릴게요. 이건 창포, 아시죠? 단오에 여자들이 이 창포를 물에 넣고 푹 삶아서 그 물로 머리를 감았어요. 저기 소시지처럼 생긴거 보이시죠? 저건 부들이에요. 이건 홍 크로바 라고 붉은 꽃이 피는데 우리나라 종이예요. “
그는 가이드를 할 때는 자신이 농부라는 사실을 잠깐 잊기도 했다. 그러나 그는 태생이 농부 였기에 누군가에게 새로운 것을 알리는 즐거움보다 실질적인 수확의 기쁨이 큰 사람이었다. 가이드를 마치고 돌아가며 그는 내일의 날씨를 예상했다. 구름을 보며, 햇살을 보며, 피부에 닿는 공기의 감촉으로. '내일도 비가 오지 않겠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