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프카, <소송>
카프카의 소송을 읽은지 일주일이 넘었다. 내용은 간단하다. 주인공은 어느날 느닷없이 소송에 휘말린다. 자신의 잘못이 무엇인지 모른 채, 제대로 대응 한번 못하고 결국 사형당한다.
읽는 내내 내용이 어려워서가 아니라, 글의 짜임이 없어 이해가 되지 않는다. 다시 말해, 문학작품에서 기대하는 플롯이나 개연성이 없이 이야기가 병렬식으로 나열되어 있다. 이 역시 작가가 의도한 것인지 아닌지조차 사후 출판되었기에 알 수가 없다.
다양하게 해석할 수 있다는 점에서 현대문학의 대표작이라고도 하다는데, 읽는 입장에서는 이야기가 흐르지 못하고 꽉 막힌 것 같아서 답답한 느낌이 든다.
다만, 등장인물들의 대화나 행동이 우스꽝스럽고 바보같아서 간간히 키득거리게 된다. 분명 심각한 상황처럼 보이는데, 사건과 전혀 관계없는 이야기를 나눈다. 이를테면, 변호사 사무실의 비서와 갑자기 사랑에 빠지는 내용이라던가, 법정에서 만난 처음 본 여자와 그의 정부를 질투하는 내용이 그런 부분이다. 게다가 모든 인물이 그런 사건에 대해 이상하다고 여기지도 않을 뿐더러 심지어 진지하기 까지 하다.
하지만 달리 생각해보면 인생자체가 이 책의 구성이나 내용과 그다지 다를 게 없는 것 같다. 내가 하는 행동들 중에는 설명할 수 없는 부분들이 많고, 내가 하는 생각 역시 정리가 되어 있지 않다. 주변을 봐도 마찬가지다. 삶 자체가 낱낱의 개별적인 일들의 총합일 뿐, 하나의 목적에 수렴되는 체계적인 구조를 갖고 있는 건 아닌 것 같다. 그런면에서 이 책의 주인공의 삶이 황당하긴 했지만 ㅡ 보통의 소설에서 기대하는 개연성이 없다는 점에서 ㅡ 자세히 들여다보면 내 삶과 별로 다를게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