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 아저씨네 정원
조지아저씨는 행복하다. 조지 아저씨는 꽃과 새와 동물과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사람이다. 작은 정원을 가꾸며, 바람에 흔들리는 꽃의 속삭임, 새들의 지저귐을 듣는다. 어느 날, 조지 아저씨는 옆집 주인이 집을 비운 사이, 높은 담장으로 막힌 옆집 정원을 '대담하게' 엿본다. 옆집정원은 조지 아저씨네 정원과는 다르다. 그 정원에는 '눈부시고', '위엄있는', '기품있는', 게다가 '우아하기까지 한' 장미, 백합, 카네이션이 가득하다. 조지 아저씨는 그가 본 모습을 작은 정원의 들꽃들에게 이야기 해준다.
아름다운 것을 혼자 간직하지 않고, 자신이 사랑하는 꽃들에게 나누고 싶었던 조지 아저씨의 마음과 다르게, 작은 정원에 사는 꽃들 모두 아저씨와 같은 마음은 아니었나 보다. 조지 아저씨네 꼬맹이 데이지꽃은 들꽃이 가득한 조지 아저씨네 정원 대신 아름다운 꽃들이 가득한 옆집 정원으로 가고 싶어한다. 그 이야기를 들은 조지 아저씨는 조심스럽게 데이지를 옆집 정원으로 옮겨 준다.
우리집 아이는 등교 셔틀을 기다리는 동안 길 옆의 장미 화단으로 향한다. 장미꽃이 활짝 폈을 때는 한 송이 따고 싶다는 말을 했고, 장미꽃이 다 떨어졌을 때는 장미 열매, 로즈힙에 시선을 두고, 장미 가시를 떼어 코에 붙이려고 애쓰고, 꽃이 떨어진 자리에 기어다니는 애벌레를 바라본다. 하교하고 집에 오는 그 짧은 길도 그냥 지나지 못한다.아이는 돌멩이, 솔방울, 강아지풀, 꽃잎, 씨앗을 줍는다. 아파트 옆 작은 화단에 '시크릿 클럽'이라는 이름을 붙이고 자연물을 갖다 놓는다. 작은 들꽃, 예쁜 돌멩이, 작은 벌레에 마음을 빼앗기고 마는 아이를 보며, 나는 조지 아저씨를 떠올린다.
내 옆집 정원의 아름다움과 나의 정원을 비교하지 않고 내 것이 아니어도 아름다운 것은 아름다운 거야 라고 말할 수 있는 조지 아저씨의 마음이 참 부럽다. 나는 내가 갖지 못한 것에 대해 조지 아저씨처럼 '있는 그대로' 바라볼 수 있을까.
아름다운 마음을 갖고 있는 사람을 보며, 부러워하지 않고 나도 괜찮다고 말할 수 있기를.
글을 잘 쓰는 수 많은 사람들을 보면서도 주눅들지 않고 내 글을 쓸 수 있기를.
수많은 정원들 중에서 나의 정원을 있는 그대로 사랑할 수 있기를
아이는 이 책을 전에 한 번 읽었는지, 내가 첫 페이지를 읽자마자, 난 조지 아저씨네 정원이 옆집 정원보다 좋다고 말한다. 왜냐고 묻는 말에, 아저씨네 정원은 복잡하지만 예쁘고, 동물들과 말을 할 수 있기 때문이란다.
내가 이미 가진 것들을 늘 아끼고 사랑할 수 있을까. 요즘 내 주변에 잘난 사람들이 너무 많은 것 같아, 위축되는 마음이 드는데, 그 마음을 자꾸만 피하는 내 모습이 답답하다. 앞으로 나아가고 싶지 않고, 하고 싶은 것도 없는데, 이런 감정으로 살아도 되는 건가 하는 의문. 앞선 삶이라던가, 뒤쳐진 삶이라던가 하는 말은 잘못된 거라고 생각했는데, 나만 멈춰있는 것 같은 정체감이 드는 건 왜일까.
조지 아저씨처럼 살고 싶다. 지금 이대로도 괜찮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