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윤대녕 외, <사랑풍경>

수냐탈라야 2025. 2. 1. 14:04

작가들이 펼쳐놓는 개인적인 은밀한 기억들

사랑을 바라보는 시선이 참 다양하다. 김훈의 모든 닿을 수 없은 것들을 사랑이라고 한다. 이 글귀의 절절함에 이 책을 집어들었지만 막상 읽어보니 다 그런 글들만 있는 건 이니었다.

자식에 대한 사랑을 풀어놓은 작가도 있었고 결혼생활의 현실적인 경험이 사랑이라고, 그저 모든 내 삶이 사랑의 결과였다고 사랑을 광범위하게 말한 글도 있었다. 또 젊은 여성의 아름다움에 취해 섹스를 했던 경험들이 사랑이었다고 고백하는 사진작가도 있었고, 반면 지극히 영혼의 합일이 사랑이었다고 말하던 감성주의자도 있었다. 김용택 시인은 첫사랑의 아련한 추억을 따뜻한 글들로 엮었고 유용주도 시골구석에서 우연히 몸을 섞었던 기억을 글로 풀었다.

개인적으로 제일 맘에 들었던 글은 윤대녕의 <달에서 나눈 얘기> 였다. 몽환적이라 이 글이 개인적인 체험을 바탕으로 한 글인지 아니면 소설인지 알 수 없다.  카페이름같은 간판을 갖고있는 병원이 있다. 병원의 이름은 <달의 병원>. 일년 365일 매일 문을 열고 늘 밤11시까지 진료실 불을 환하게 켜놓고 늘 같은 시간에 문을 닫고 퇴근하는 한 의사의 모습. 어느날 화자는 궁금하여 술이 얼큰히 취해 그 병원에 들어선다. 진료실에서 화자는 의사가 왜 그 시간까지 불을 켜놓고 있는지 묻는다. 의사의 아내는 그가 사랑한 짝사랑한 여자였다. 어느날 그녀는 한쪽 팔이 없는 채로 그를 찾아온다. 그는 그녀와 결혼한다. 그러나 한 쪽 팔이 없는 아내는 남편에게 그런 모습을 보여주기가 싫다. 그래서 자신이 한 팔로 집안일을 하는 모습을 남편에게 보여주고 싶지 않다. 남편은 언젠가는 그녀가 자신의 치부까지 공유할 날을 꿈꾼다.

난 그 남자의 사랑이 참 외롭다는 생각을 했다. 한없는 기다림으로 채울 수 밖에 없는 시간들이 감당이 될만큼 아내를 사랑하는 거라 생각이 들기도 했다. 무덤덤히. 그리고 한결같이.
동정으로 결혼한 거라 할지라도 난 그 모습도 사랑이 될 수 있구나 싶다. 사랑은 결심일지도 모른다. 내가 이 사람을 끝까지 사랑하겠다는 의지. 그리고 묵묵히 나를 받아줄 때까지 그곳에서 기다리겠다는 의지.

먼눈으로 혼자 불켜진 창밖을 바라본다 해도 그것 역시 사랑의 표현이라는 것. 상대방이 나를 받아주건 아니건 상관없이. 물론 가슴이 시리다못해 단단히 소금처럼 굳어지겠지만 말이다.

사랑의 풍경이 참으로 다양하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