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아침풍경_방학

수냐탈라야 2025. 1. 31. 17:32

#12. 나의 아침 풍경

 

 

에너지가 없는 편이다. 일관되게. 어렸을 때는 눈이 땡글 크다는 말을 많이 들었다. 어느 순간부터 일까. 졸려 보인다는 말, 피곤해 보인다는 말을 더 자주 들었다. 그럴 때마다 속으로 놀라곤 한다. 나름 화장도 한 건데, 푸석푸석해 보이나.

 

건강검진을 하면 갑상선 기능 저하증과 정상의 경계에 걸쳐있다. 최저혈압은 60, 최고혈압은 90을 넘지 않는다. 약을 처방받아 한 달간 먹어보기도 했다. 심장이 두근거리는 건 며칠 지나니 괜찮아졌지만, 기분이 들뜨는 게 이상하게 기분 나빴다. 늘 힘이 없는 모습으로 살다보니, 활기 있게 사는 걸 잊은 것 같기도.

 

학기 중에 맞춰 놓은 알람은 방학 때도 울린다. 늘 피곤하니 알람 소리는 어딘가에서 울리는 음악 소리쯤으로 생각할 때가 대부분. 음악 소리는 몇십분이고 계속 울린다. 그 소리에 아이들이 먼저 일어난다.

 

첫째와 나는 방학이지만 둘째는 유치원에 간다. 등원을 시켜야 하지만 끝까지 미적미적 댄다. 더는 물러설 수 없는 시간이 되어서야 간신히 일어난다. 아이들의 유전자는 누구의 유전자인지. 거실로 나와보면 아이들은 책을 읽고 있다. 희망 사항이 아니다. 첫째는 활자 중독이 의심되고 따라쟁이인 둘째는 언니를 닮아간다. 참 낯설면서도 익숙한 풍경.

 

아침은 보통 시리얼, 계란 후라이, 과일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학기 중에는 시어머니와 친정엄마가 번갈아 등원을 도와주시기 때문에 제대로 된 식사를 한다. 하지만 난 일관되게 에너지가 없는 편이라 도저히 밥과 국, 반찬으로 이루어진 식사는 차려주지 못한다. 어차피 밥을 차려도 아이들이 골고루 먹는 것도 아닌데 뭐. 하고 위안한다. 부족한 영양소는 저녁 식사 때 챙기면 되겠지.

 

아이의 등원은 9시 30분. 평소엔 출근을 하니 아이 등원을 해준 적이 손에 꼽는다. 누군가에겐 일상이지만 내겐 특별한 이 시간. 서둘러 나가지만 아이 걸음은 느리다. 아이의 작은 손을 잡고 그늘을 찾아 아파트 사이로 걷는다. 7살 아이만이 할 수 있는 말을 듣는 이 시간.

“엄마, 나뭇가지를 심겨 있었거든? 근데 그다음 날 보니 커다란 나무가 되어있던 거야.” 나는 신기하다는 듯이 호응한다. 아이의 이야기를 날마다 듣지 못해 아쉽다. 아이의 유치원은 5층이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4층쯤 오면 아이 등에 가방을 메주고, 꼭 안아주며 인사를 한다. “재미있게 잘 놀다 와. 엄마는 엘리베이터에서 내리지 않을게.” 사람들과 마주치는 건 여전히 어색하다. 이 죽일 놈의 낯가림.

 

첫째와 카페에서 만나기로 했다. 아이는 미리 카페에 와 있다. 나는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마실까, 아이스 라테를 마실까 고민하다가 그란데 사이즈로 라떼를 주문한다. “엄마, 왜 그란데로 마셔?” “응, 피곤해서 많이 마셔야 해.” “피곤하면 커피 마시면 안 되지” 흠, 묘하게 설득된다. 빈속에 커피가 안 좋다는데, 빈속에 먹는 커피가 낙이 된 지 오래. 아이는 오렌지 주스와 소시지 빵을 산다. 내가 직접 차려주지는 못하지만, 아이가 고른 빵이 필수 5대 영양소가 골고루 들어있다며 위안한다.

“우리 매일 아침 카페 오는 것 같다. 날마다 오는 거 아냐?”

“그렇겠지. 엄마가 카페를 좋아하잖아.”

 

나는 커피를 마시며 글쓰기를 하고, 아이는 아침 식사를 하고 공부를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