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로이스 로우리,<기억 전달자>

수냐탈라야 2025. 2. 1. 00:44


대학원에서 3년동안 불교철학을 공부했다. 한 때는 내 모든 부분을 차지했는데, 사실 지금은 기억조차 잘 나지 않는다. 당시엔 불교경전 한 구절 구절이 가슴에 콕콕 박히고, 머리를 댕댕 울렸다. 한걸음 내딛기도 너무 불안해서 불교철학에 기댔던 날들, 하지만 지금은 철학이 필요없어진 건지, 그냥 살아진다.

색이 없는 세상과 색이 있는 세상은 다른 세상인가. 적어도 이 책에서는 그렇다. 기억 전수자로 임명된 주인공은 오직 색을 가질 수 있는 유일한 인물이다. 기억전달자는 주인공에게 자신이 경험한 모든 것을 전해준다. 그 안에는 우리가 물질세계에서 경험하는 색, 색을 통한 감각과 기억을 포함한다. 기억 전달자만이 감각의 원형을 간직하며, 그 외의 사람들은 원칙과 규칙에 의해서만 움직인다. 기억전달자는 구체적인 경험을 전달하고( 등에 손을 대는 형태.이건 좀 기이함..) 전수자는 그 경험의 원형, 이를테면 슬픔, 절망같은 감정을 받는다.  기억전달자인 동시에 기억전수자만이 인간이 겪을 수 있는 모든 마음을 가질 수 있다. 주인공은 한번도 알지 못했던 물질세계의 색으로 대표되는 욕망과 감정 및 마음에 대해서 전수받으며, 모든 기억이 사라진 현재의 세상에 분노한다.  사랑의 아픔이 싫다고 사랑 자체를 없애고. 욕망자체를 없앤 세상에 사는 일, 경험이전에 주어진 게 없다면 가치판단 자체를 못한다. 그렇다면 그 삶은 괜찮은걸까. 그러나 그런 삶을 내가 결정한 게 아니라, 누군가에 의해 계획되고 조작된것이라면 그것도 괜찮을까. 인간에게 자유의지가 있다고 믿는 나는 그 선택 자체로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그 선택이 때로는 크게는 인류의 재앙으로.  작게는 개인적인 실패로 돌아간다해도, 그  모든 경험이 우리의 몸과 마음을 이룬다고 본다. 그 몸과 마음의 주름이 유일한 나일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