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공간_시흥 하늘 휴게소

수냐탈라야 2025. 1. 31. 17:29

10. #시흥하늘휴게소

 

가끔 출근하는 길에 이대로 차를 돌려 고속도로를 타고 싶다고 생각했다. 지금은 출근길이 짧아서 그런 생각을 할 겨를이 없지만, 한동안 꽤 자주 벗어날 수 없을 것 같은 이 루틴이 끝이 없는 건 아닐까 답답했다. 출근, 퇴근의 반복이 꼭 윤회의 고리처럼 느껴졌다. 이 반복된 삶이 Samsara 떠올려야 할 정도인가, 지나친 과대망상 같아 고개를 털고 현실로 돌아왔다.

 

고속도로를 타다 보면 시흥 하늘 휴게소가 보인다. 브리지 형태로 되어있어 상행과 하행 모두 이용할 수 있다고 했다. 여행할 때는 집에서 출발한 지 얼마 되지도 않아 마주치게 되는 그 휴게소를 이용할 일이 없다.

 

오랜만에 친구에게 메시지를 보낸다. “우리 만나야지.”

그 친구와 내가 만나기엔 어떤 곳이 좋을까. 아주 멀리 살진 않지만 둘이 사는 곳의 중간쯤 되는 곳. 과천에서 만날까 하다가 그 장소는 우리와 어울리지 않는 것 같다. 과천은 너무 과천답고 지나치게 과천 같다.

 

“시흥 하늘 휴게소는 양방향에서 만날 수 있대. 우리 거기서 만나자.”

일반적인 휴게소가 길 위의 한 장소라면, 이 휴게소는 장소가 아닌 다리, Bridge다. 나는 일산 방향, 친구는 판교 방향 주차장에 차를 주차하고 고속도로 위 중간 지점에서 만났다. 그녀와 만나 커피를 마시면 십수 년 전 처음 만났던 청도 Spr 커피숍이 떠오른다. 지금은 사라진 그 공간이 꼭 상상 속의 공간처럼 아득하게 느껴진다.

 

나는 매번 우리가 만났던 그 장소를 복기하고 재생한다. 지금은 사라진 그 커피숍이 현실의 장소가 아니듯, 다리 위 이곳도 꼭 장소가 아닌 것 같다. 차들이 달리는 모습을 보며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던 건, 도로에서 벗어난 이 다리가 우리의 현실을 벗어나게 해줄 수 있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현실이 괴로운 건 아니지만, 그녀와 이야기하면 늘 현실에서 벗어나 다른 차원의 세계로 넘어가는 기분이 든다. 그녀의 이야기는 늘 단편소설같다. 자신의 삶과 주변 이야기를 늘 에피소드처럼 말하는 친구. 있는 그대로의 말을 소설 속 문장으로 옮겨놓아도 될 것 같은 이야기들을 들을 때마다, 늘 감탄한다. ‘연주야, 글을 써!”

 

휴게소에서 만나서 바로 집으로 돌아오거나 어딘가로 떠날 마음도 있었다. 친구와 이야기를 하다가 갑자기 짬뽕을 먹으러 간 것도, 친구 아버지네 텃밭에 가서 옥수수와 가지를 딴 것도 모두 상상하지 못했던 일들. 늘 잠깐이라도 내가 예상하지 못했던 장소에 가게 되기를 갈망한다. 한번도 상상해본 적이 없는, 알지 못했던 곳 말이다. 가끔은 도로가 아닌 다리 위에서 있고 싶은 마음처럼